225.kr/휴학일기

2020년 5월 21일 ; 목요일, 너무 추워

@225.kr 2020. 5. 21. 15:18
오늘 한일
공부 공부 잠깐만 쉴래..
운동 가슴, 팔 운동(상체) + 복근 + 유산소
독서 책 읽을 시간이 없어..
그리고 정부긴급재난지원금

 

공부 잠깐만 쉴래요. 

 2020년 1~2월은 겨울방학이었다치고, 3월부터 본격적인 나의 휴학기가 시작되었다. 그런데 솔직히 3~4월 공부를 그렇게 열심히 한 것 같지는 않다. 그냥 해야한다는 의무감과 귀찮음이 뒤섞여, 실습을 위주로 해야하는 파이썬을 공부하며 다 아는 내용이라 합리화하며 책으로만 공부했다. 그마저도 막상 공부하면 한 챕터를 끝내고 이해하는데 30분이 채 걸리지 않았지만, 공부하기 위한 마음을 먹기가 어려워서 파이썬 기본개념만 공부하는데 예상했던 것보다 훨씬 긴 시간이 걸렸다.

이런식으로 공부하면 휴학한 의미가 전혀 없다는 생각이 불현듯 들었다. 학창시절부터 내 고질병인 집중력 결핍도 꼭 고쳐야겠다고 생각을 했다. 책을 읽으면서도 눈은 글을 읽지만, 머리에 들어오지는 않았으며 공부나 일을 하다보면 긴 시간을 바짝 집중하지 못하고 계속 딴짓을 하게 됐다. 결국 금방 끝날 일들도 한참 시간을 들여 겨우겨우 급하게, 엉성하게 끝내게 되었다.

 이런저런 이유들로 경각심을 갖고, 매일 꾸준히 공부하며, 책을 읽기로 했다. 그래서 코딩과 관련한 인강을 들었다. 시작부터 멤버십이나 정기 결제를 하기에는 부담스러웠는데, 마침 인프런이라는 사이트에는 관심가는 무료강의가 많았기에 거기서 파이썬 웹 크롤링 강의를 들으며 네이버 뉴스 크롤링 봇을 만들어보고, 깃과 깃허브 사용법을 조금 더 이해할 수 있게 됐다. 역시 나는 독학보다는 인강이 잘 맞는 것 같다. 고등학생 때 괜히 인강충이라 불렸던게 아니다. 이제야 진짜 공부를 하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그런데 왜 공부를 쉬는가.. 나에게는 나름의 정당한 사유지만, 제3자가 보기에는 핑계로 보일 수도 있겠다. 4월 30일부터 운동을 시작하며 주말을 제외하곤 매일 오전 9시 출근 ~ 오후 6시 퇴근 후 저녁을 먹고, 8시 반부터 11시 정도까지 운동하는 것이 내 일상이 됐다. 집에 도착하면 자정에 가까워진다. 평소에는 새벽 2~3시까지 밤을 세워도 그리 피곤하지 않았지만, 하루종일 사람을 상대하느라 쌓인 피로에 운동 피로까지 누적된 탓인지 평소보다 훨씬 피곤하다. 집에만 도착하면 무언가를 할만한 체력이 남아있지 않다. 

처음에는 피곤하다는 이유로 공부를 하지 않는 스스로를 의지력과 체력 부족이라며 비판했지만 생각을 조금 바꾸기로 했다. 내 체력이 부족해서 버티질 못하는데 억지로 하니 다음 날 출근해서 버티기가 너무 힘들었다. 서있어도 잠이 왔고, 운동을 하러가서도 평소 내가 들던 중량에 비해 훨씬 적은 힘을 발휘할 수 밖에 없었다. 억지로 하니 결국 다음날을 다 망쳤다. 그래서 6월 초까지만 쉬기로 했다. 주민센터와의 게약기간인 6월 5일이 지나면 그 다음주부터는 원래 출근하던 학원으로 다시 출근할텐데, 그러면 아마 1~6시까지 근무할 것이다. 그때부터는 오전에 운동을 한 후 출근하고, 저녁에 집에 와서 끊김없이 공부를 할 수 있다. 무엇보다 2019년에 휴학을 결심하며 회장 업무와 학업 그리고 알바나 동아리 같은 것을 병행하는 것이 너무 버거워 공부와 동시에 전역하자마자 쉼도 없이 달려온 나에게 휴식기를 주고자 휴학을 했는데, 공부라는 목표 하나만 보며 전혀 휴식을 주지 못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마음 편히 쉰 적은 별로 없고, 공부를 하지 않으면서도 공부해야한다는 압박감에 눌려있었다.

그래서 결론적으로 나는 공부를 잠깐 쉬기로 했다.

 

정부긴급재난지원금 업무를 하며

 5월 11일자로 소상공인 민생지원금 업무를 종료하고, 정부긴급재난지원금 접수 및 이의신청을 맡게 되었다. 첫 주는 이의신청만 받다가 이번주부터 방문신청을 받고 있는데 보람과 만족을 느끼기도 하지만 불만을 느끼는 부분이 더 많다. 가장 큰 이유는 물론 본인이 잘못알고, 또는 극히 일부분만 알고 와서 소리치며 따지기만 하는 진상들이 너무 많다는 것이다. 세대주 출생년도 끝자리를 기준으로 하는데, 대리인 년도를 기준으로 오거나 요일제가 없는 줄 알았다, 주민번호 끝자린 줄 알았다며 요일을 착각해 찾아와놓고는 자기들이 더 화를 내는 것이다. 논리적으로 설명해도 대화가 안통한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납득하고 돌아가지만, 일부는 소리만 지를 뿐 이해하려 하지 않는다. 실제로 이미 신청 및 수령까지 완료해놓고 그 후에 전화와서 취소하고 싶다며, 정부가 주는 돈을 받기 싫다고 따지는 분도 있었고 본인 요일에 아니라 신청이 불가함을 아무리 설명해도 틀린 내용을 우기며 언성을 높이는 사람도 있었다.

다행히 내가 논리정연한 이야기로 성공적으로 논쟁을 마쳤고, 상처도 받지 않았지만 답답하다. 재난지원금 자체가 유례가 없는 정책인데다 초기 하위 50%에서 총선을 거치며 전국민으로 확대되는 바람에 정책의 세부적인 규칙이나 방안이 확실하지 않은 느낌이다. 기본적인 개념과 틀은 다 짜져있지만 이의신청을 받다보면 기본에서 수차례 변형되어 전혀 기본을 응용하거나 자체판단을 할 수 없는 경우가 아주 많다. 그런탓에 변형된 사유들은 여기서도 구청, 시청 등에 또 문의를 해야하고 상위 지자체에서도 확신이 없는 경우가 있다. 그럴때마다 사람들은 일선에서 접수를 하고 있는 우리에게 따지고, 화를 낸다. 공무원에 대한 불만을 쏟아내는 사람도 있었다. 나는 공무원이 아닌 취업연수생이지만 왜 부산시 공무원은 다 이러냐며 짜증을 냈다. 물론 논리가 안맞는 단순 짜증이라 설득하려고조차 하지 않았지만, 내가 신청인의 입장이었어도 화가 날법한 상황이라고 여겨진다.

 갑작스레 시행된 정책이긴 하지만 조금 더 구체적인 안을 확정짓고 시행을 했다면 좋았지 않았을까? 아니면 차라리 1인당 25만원을 지급하는 방안으로 진행했다면 수월하고 깔끔하게 처리할 수 있지 않았을까 싶다. 오전에 된다고 했던 내용이 오후에는 되지 않는 경우도 있기에 그런 내용을 말할때마다 참 죄송스럽다. 국가적으로 어려운 상황에 국민들에게 지원을 하는 것은 좋지만 서로에게 스트레스만 남기는 것 같다.

부디 신청하시는 분들도 화가 나겠지만 주민센터뿐만아니라 상위 부처 공무원 분들도 고생이 많음을 알고 조금 화를 진정시키시고 말해주셨으면 좋겠따 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