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한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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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부 | 휴학을 즐기는 중(~6.5) | |
운동 | 하체 운동 / 복근 / 유산소 | |
독서 | 책 언제 읽지.. | |
그리고 | 부산시 취업연수생 계약종료 D-10 |
어르신 안부전화
정부 긴급재난지원금에 대해 선불카드가 예측 수요이상으로 폭증하며 6월 1일까지의 선불카드 수급이 중지되었다. 내 주업무인 이의신청 접수 및 전화상담은 이미 오프라인 신청 첫주부터 시작되어 하루에 약 1~3건 정도밖에 없다. 공부는 맘편히 쉬기로 했는데 할 일이 없어서 뭘하며 8시간을 녹여야할지 고민이었다.
그러다 주사님이 원래부터 복지 업무인 '어르신 안부전화 드리기'를 해달라하셨다. 안부전화가 다른건 아니고 그냥 잘 계시는지 전화하며 간단한 건강상태 점검, 애로사항 파악 등을 위한 전화이다. 내게 주신 명단에는 관할 지역 내 98명의 어르신이 있었는데, 전화가 걸리는 시간은 30초였지만 통화하는 시간은 10초 남짓이었다. 뭔가 불편한 점을 말씀하시는 어르신도 어쩌다 한 분이셨고, 대부분은 전화줘서 고맙다고 웃으며 대답해주셨다.
마음 같아서는 조금 더 길게 통화하고 싶었지만, 대상자가 많다보니 한 분당 통화가 길어지면 본래 업무인 재난지원금 상담에 차질이 빗어질 것 같아 짧게 했다. 어려운 일도 아니었고 힘든 일도 아니었는데 그렇게 전화를 드리다보니 외할머니가 계실 때 이틀에 한번 전화를 드렸던 일이 생각났다. 월/수/금, 화/목/토로 동생과 번갈아가며 할머니께 전화를 드렸고 매주 주말 중 하루는 다대포로 가서 할머니와 식사를 했다. 중학생때까지는 그랬던 것 같다. 그러다 내가 고등학교에 입학할 무렵 할머니가 돌아가시며 그런 일상이 모두 멈췄다.
그때는 동생과 번갈아가며 매일 전화하다보니 무슨 이야기를 해야할지도 몰랐고, 할만한 에피소드도 없었다. 무엇보다 살갑게 이런저런 표현을 하는 것도 너무 부끄러워서 앵무새처럼 매일 '할머니 잘 지내시죠?' '몸 편찮으신데 없으시죠?' 같은 말만 반복했다.
매일 똑같은 말만 하는 손자들이지만 할머니는 우리를 제일 예뻐하셨다. 우리가 무뚝뚝하게 형식적인 대화만 해도 할머니는 우리 목소리 듣는 일 자체가 좋았다고 하신다. 할머니가 돌아가신지도 벌써 7년이 넘었다. 시간이 약이라는 말이 체감된다. 평생 갈것 같았던 슬픔도 7년이라는 시간이 흐르니 덤덤해졌다.
옥상에서 보쌈 파티(?)
4월 한 달은 공공근로하시는 분과 거의 매일 둘이서 점심을 먹다가 재난지원금 업무를 위해 1층으로 내려온 후에는 다른 취업연수생, 공익분들까지 적게는 3~4명 많게는 6~7명까지 같이 점심을 먹는다. 여럿이서 먹다보니 아무래도 단 둘이 먹을때보다 이야기도 더 많고 더 재미있게 점심시간을 보낼 수 있게 됐다. 그리고 우리는 제일 오래있었던 내가 아직 두달이 안됐는데 공익분들은 나보다 있었던 시간이 길다보니 근처에 식당을 더 많이 알고 있었다. 이 근처에 워낙 먹을게 없어서 주민센터 앞에 있는 식당 4개를 매일 돌아가며 먹었었는데, 처음으로 중식, 국빠, 한식 등을 먹을 수 있었다.
사람이 많아지다보니 새로운 시도를 할 용기가 생겼는지 배달음식도 먹어봤다. 주사님들이 배달해서 먹어도 된다고 진작에 말씀은 하셨지만 눈치가 보여 못하고 있다 하루 날을 잡고 햄버거를 먹었다. 그 다음 목표는 고기 구워먹기였다. 처음 계획은 근처 고깃집에서 먹는것이었다가 어느 순간 주민센터 옥상을 발견하고 옥상에서 돗자리깔고 구워먹기로 바꼈다. 언제 먹을지 타이밍을 재다 오늘로 결정을 했다. 다만 이성적으로 생각했을 때 버너까지 가져와서 먹는 건 너무 눈치가 보여서 간단히 조리된 보쌈을 시켜먹는 것으로 변경했다. 그러면 배달음식을 먹는 장소만 바뀌는 거였으니까.
11시 40분에 주문을 하고, 12시 20분이 되어서야 음식을 받았다. 평점이 4.9점인 곳이라 맛 있긴했다. 아무것도 못한채 점심시간을 20분 까먹어서 시간이 촉박할 줄 알았지만, 오히려 식사를 마친후 10분 넘게 떠들 수 있을 정도로 시간이 남았다. 돗자리가 없어 폐현수막을 하나씩 깔고 앉아 식사를 했다. 오후에는 맑기로 했는데, 한참 흐리다가 점심시간이 끝나니 그제서야 맑아졌다. 지금은 소집해제된 공익들도 한 번도 시도하지 않았던 옥상에서 고기먹기를 성공했다. 추억하나를 쌓은 것 같아 행복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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