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박 2일 여행의 메카, 경주
20살이 되고 나서만 생각해봐도 이번 여행까지 경주만 총 10번을 갔다. 고등학교 친구, 대학동기, 동아리 등 많은 사람들과 경주월드, 블루원, 방잡고 놀기, 자전거 여행 등 다양한 목적을 가지고 경주를 방문했다. 이젠 길을 다 외울정도로 익숙한 경주지만 또 새로웠던 이유는 처음으로 차를 타고 이동했다는 것, 그리고 지금까지 가보지 않은 곳들을 갔으며 전혀 새로운 사람들과 함께 했다는 것 쯤 되겠다.
내 군생활을 함께한 311 본부 8생활관 친구들과 10번째 경주여행을 떠났다. 우리 생활관은 총 10명으로, 6개월 동기제였던 사단 지침에 따라 1월 군번+2월 군번+3월 군번까지 함께 있었는데 이 중에서 나 혼자 3월 군번이었다.. 그래서 동기 1번이 전역하고 두 달이 되어서야 나는 집에 갈 수 있었다. 아무튼 내가 전역한 다음 날 부산에서 9명이 다 같이 모였던 것을 시작으로 나고야, 춘천, 이번 경주까지 4번째 모임이었다. 군대에 있을 때도 생활관에서 우리끼리 재밌게 놀고 주기적으로 냉동파티도 했는데 이렇게 방학마다 빠지지않고 한번씩 만날 수 있는게 행복하다. 나보다 많게는 두살, 적게는 한 살많은 친구들도 있어서 갈수록 참여율이 낮아지는게 아쉽기는 하지만, 만날 수 있을 때까지는 계속 볼 수 있었으면 좋겠다.
원래라면 쏘카를 해서 내가 운전을 할 계획이었지만, 생각지도 못하게 친구가 안쓰는 부모님차를 가져와서 운전해준 덕분에 정말 편하게 여행할 수 있었다. 5명이 타기에 조금 비좁긴 했지만 대중교통 타면서 뚜벅이로 여행하는 것보다는 훨씬 나았다. 이번에 가려고 했던 곳은 인스타그램을 보고 경주에서 사진찍기도 좋으면서 가본적이 없는 곳들이었다. 그러다보니 포항에 인접해있거나, 경주시내에서도 1시간 이상 운전을 해서 가야하는 경우가 많았다. 내가 동선을 조금 비효율적으로 짠 탓에 친구가 생각보다 운전을 더 많이하게 됐는데 그럴 때마다 우리만 차에서 꿀잠을 자서 좀 미안하다.
경주고속버스터미널에 모이기로 한 시간은 11시였는데 수원에서 오는 친구는 이미 전날 밤에 도착해서 찜질방에 있었고, 대구에서 오는 친구도 시간 맞춰서 왔는데 부산에서 가는 3명이 30분이나 지각했다ㅎㅎ;; 생각보다 차도 많이 막히고 시간을 여유있게 잡았는데도 고속버스 주행시간이랑은 차이가 좀 있었다.
지난 8월 춘천 여행 이후 반년만에 만나는 것임에도 마치 한달 전에 만난 것처럼 어색함이 없었다. 점심 먹을 시간이기도 하고 다들 아침을 제대로 안먹어서 근처에 있는 중국집에 들어가서 밀면을 먹었다. 밀면은 내 생각에 그렇게 꿀맛은 아니었지만, 탕수육과 만두를 추가로 시켜서 15000원의 공통지출이 생겼는데 가위바위보로 낼 사람을 정했다. 5천원씩 나눠서 3번을 뽑지만, 중복이 가능했다. 나는 배식조를 할 때마다 식기에 매번 걸리던 그 때를 추억하듯 2번 걸렸고, 마지막 3번째까지도 걸릴 뻔 했던 것을 겨우 벗어났다..
화랑의 언덕
밀면을 먹고 화랑의 언덕으로 이동했다. 경주고터에서 약 1시간을 달려 이동한 곳인데, 내가 지금 서 있는 곳이 명상바위라는 바위다. 바로 아래가 낭떠러지 까지는 아니지만 상당히 높은 절벽인데 저기서 명상을..? 이곳은 작년 여름 방영되었던 캠핑클럽의 촬영지였다고 한다. 그 방송을 보지는 않았지만 방송 포스터를 보니 잔디밭이 깔린 넓은 평야일 것 같았고, 내 예상은 어느정도 맞았다.
다만.. 아직 완전한 봄이 아니라서 일부 나무들만 초록잎을 가지고 있을 뿐, 잔디는 봄을 맞이하지 않았다. 하늘이라도 맑았으면 좋았을텐데, 날씨는 따뜻했지만 저녁에 비가 올 예정이라 조금 흐렸다. 사실 크게 볼 건 없었다. 언덕과 바위에서 사진을 찍고 내려오니 양떼가 있었다. 울타리가 없어서 가까이 갈 수는 있었지만 함부로 만져도 될지를 몰라 망설이다 한 발씩 다가갔는데 양들이 쳐다보지도 않고 조금씩 물러나길래 그냥 이렇게 사진찍는 것으로 만족했다.
주차장 쪽에는 무료로 탈 수 있는 뗏목이 있었는데.. 너무 힘들었다 ㅎ
화랑의 언덕에서 나와 경주 보문콜로세움으로 이동했다. 요즘 인스타나 페북에서 경주 여행을 했다고 하면 꽤 자주 보이는 곳인데, 생긴지 얼마 안된 것 같다. 확실히 사진찍기로는 배경이 예뻐서 좋았는데 볼 건 없었다. 콜로세움 안에는 키덜트 박물관같은 테마샵이 있어 보였지만, 우리가 갔을 땐 콜로세움 리모델링으로 출입이 불가능했다. 바로 옆에 자동차 박물관이라는 곳이 있었는데 3층 정도 규모였고, 그리 크지는 않았다. 고전 자동차들을 전시하는 박물관이었다. 우리는 박물관을 관람하지는 않고 3층에 있는 카페 및 포토존으로 갔다. 거긴 무료 입장이 가능했는데 그 곳에도 자동차가 5대 정도 있어서 사진을 찍을 수 있었다. 자동차를 좋아하는 어린이들은 좋아할 것 같기도 했지만, 우리는 큰 관심이 없어서 금방 빠져나왔다.
이 날은 하루종일 바람이 정말 많이 불었다. 미러리스를 끼워둔 삼각대가 바람에 수차례 휘청거리고 넘어지기도 했다. 그래서 사진을 찍기도 어려웠는데 너무 가슴아픈 것은 차에서 내릴 때 갑자기 부는 바람에 옆차를 문으로 찍어버리고 만 것.. 그래서 수리비가 27만원이 나온 것.. 내가 한 건 아니지만 우리 모두 다같이 돈을 나눠서 엔빵해줬다.
산림환경연구원
인스타를 하는 사람들이 많아지면서 인스타 감성을 찾는 사람들도 많아졌다. 그러다보니 원래는 유명하지 않았던 경주 산림환경연구원에 가는 사람들도 많은데 이 곳의 사진 명소는 작은 개울 사이를 잇는 통나무 위에 앉아 찍는 것이다. 우리는 아무리 찾아도 찾을 수가 없었다. 환경연구원이라는 이름에 걸맞게 버섯부터 큰 나무들까지 다양한 품종을 볼 수 있었고, 팻말로 해당 식물들에 대한 내용을 알 수 있었다. 겨울이라 앙상한 가지만 남았지만 봄에 오면 정말 괜찮을 것 같았다는 생각을 했다. 길도 예쁘고 통나무가 아니더라도 사진 찍을 수 있는 곳이 많았기 때문이다.
한참 통나무를 찾다가 찾을 수가 없어서 나무숲에서 사진을 찍었다. 사실 이제 곧 봄의 시작이지만 가을 감성이 느껴져서 좋았다. 이것저것 찍고 오랜만에 흙 밟는 소리를 들으며 감성에 빠졌다가 친구들이 자전거를 타고 있어서 누구 자전건데 마음대로 타냐고 물어봤다. 여기 연구원 자전거같은데 사람들 타라고 놔둔 것 같다고 했다. 잠깐 타고 단체 사진을 찍고 있는데 스님 두 분이 오셔서 자전거를 타고 가셨다. 여기 자전거가 아니라 그 스님들이 계시는 절의 자전거인 듯 했다..
인스타에서 봤던 통나무는 연구원 맞은편에 있는 것 같았는데, 그 곳은 공사중이라서 관계자외에는 출입을 할 수 없었다. 그래서 원하는 사진은 못찍었지만 대신에 나무들 사이에서 다른 사진들을 찍어서 만족했다.
문무대왕릉
차가 있으니 여유롭겠지 라는 생각으로 갈만한 곳을 다 욱여넣었다. 경주는 작은 도시니까 금방금방 둘러보겠지라고 생각했지만 왕복 2시간씩 걸리는 곳도 많았고, 내 동선도 너무 비효율적이어서 문무대왕릉에 도착했을 즈음에는 해가 지려고 했다. 저기 떠있는 곳이 문무대왕의 묘라고 한다. 그냥 돌섬처럼 보이지만 위에서 찍은 사진을 보니 조금 달랐다. 여기는 신기하게 파도소리가 안들렸다. 큰 갈매기들도 많았는데 갈매기들의 끼룩소리도 안들리고 고요했다.
오션뷰 이마트24에서 간단하게 라면을 하나씩 먹고, 쥐포를 먹다 아무노래 챌린지를 찍었다. 이거 할 줄 알았으면 좀 연습해갈걸..ㅎ
황룡사지
인스타에서 사진을 보니 엄청 큰 목탑을 배경으로 야경사진을 찍은 것들이 보였는데.. 진짜 너무 예뻤다. 경주에 있는 유적지는 거의 다 가봤는데 이런 곳이 있었나 싶을 정도로 놀라웠다. 꼭 가겠다하고 리스트에 적어뒀다가 문무대왕릉을 빠져나와 네비게이션에 찍고 이동했다. 야경이 예쁘니 해가 지는 시간을 고려해서 이동했던 건데.. 다른건 다 계획적이었다. 다만 내가 한가지 착각했던 것.. 황룡사는 소실되었고 그 터만 남아있다는 걸 잊었다.
네비는 분명히 목적지에 도착했다고 했는데 아무리 봐도 인스타에서 보던 그 탑이 없었다. 한참 찾다가 밝은 빛이 보이는 곳으로 갔는데 미니어쳐 복원모형이었다.. 나중에 알고보니 황룡사를 본딴 연수원을 배경으로 찍은 사진들이었다. 친구들에게는 아직 말을 안했다. 너무 미안해서ㅎㅎ;; 아쉽지만 어쩔 수 없으니 문닫은 전시관 앞에서 이렇게 사진 한장찍고 도망쳤다.
동궁과 월지
경기도에서 온 친구가 낮부터 계속 가자고 했던 곳이다. 황룡사 바로 앞에 있어서 차타고 1분만에 올 수 있었다. 처음에 동궁과월지를 가자고 하길래 경주에 그런곳도 있냐고 물어봤는데 사진을 보니 괜찮아보였다. 친구가 보여주는 사진을 보고 '근데 안압지랑 비슷하다.'고 낮부터 말했는데.. 알고보니 진짜 안압지였다. 명칭이 바뀐 것 같았다. 대체 동궁과월지가 어디냐며 경상도 넷이서 입을모아 궁시렁댔는데 안압지였다.
그런데 숙소 바베큐 이용가능 시간이 10시 반인데 이 때 시간이 8시반이라 너무 촉박할 것 같아서 입장료를 내고도 부랴부랴 둘러봤다. 입장료가 아깝지는 않았지만 안압지의 야경을 보는 건 나도 처음이고, 여기 오자고 한 친구도 너무 마음에 들어했는데 쓸데 없는데 시간을 많이 써서 제대로 보지 못하는 것이 좀 미안했다. 10분 만에 둘러보고 사진을 찍고 차에 타서 숙소로 돌아왔다. 다들 샤워를 해버리면 고기를 못먹을 것 같아 가볍게 씻고 돌아가며 고기를 구웠다.
우리 숙소는 나혼자산다를 촬영했던 편인데, 무지개 회원들이 모여서 MT? 느낌으로 진행했던 편으
로 기억한다. 한옥의 느낌을 잘살렸고 방 내부도 넓고 편했다. 비도 조금씩 와서 마당에서 뭘 하지는 못했지만 고기도 구워먹고 소주, 막걸리, 와인 술을 아주 골고루 잘 먹었다. 코로나 시국때문에 펜션 자체에 사람이 우리 말고 한팀밖에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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