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달 밟느라 고생한 자, 쉬어라
약 일주일간의 국토종주 대장정을 끝내고, 8월 14일부터 16일까지 2박 3일동안 남해 여행을 가게 됐다. 고등학교 1학년을 함께한 친구들과의 여행이었다. 보통 제주도를 제외한 국내 여행은 1박 2일 단위로 끝내는데, 다들 길어진 코로나 상황속에서 답답함을 호소하여 처음으로 2박 3일 여행을 기획했다. 3일짜리 여행에 어울리는 장소가 어딜까 생각하다보니 당연스레 제주도가 떠올랐지만, 2019년 겨울에 다녀온지라 딱히 또 가고 싶다는 마음은 없었다. 이색적인 장소가 없나 생각하다 울릉도를 생각해냈다. 제주도 느낌인 동시에 사람은 더 적고, 물놀이 하기에 좋을 뿐만 아니라 날씨만 좋다면 독도 방문도 가능했다. 함께 갈 친구들과 논의한 결과 다들 이색 여행지 울릉도로 가는 것은 동의했지만, 본격적으로 배편이나 숙소 예약을 알아보며 계획이 무산됐다. 생각보다 비용이 꽤 많이 들었다. 나는 좀 비싸긴해도 한번 갔으면 좋겠다 싶었는데, 높은 비용을 부담스러워하는 친구가 있어서 남해로 여행지를 바꿨다.
1일차 ; 8월 14일(금)
내가 핸들도 못잡게하는 운전병 출신 친구가 있어서 차를 타고 갈 수도 있었지만, 렌트 비용이 고속버스 비용보다 훨씬 더 나올 것 같았다. 그래서 그냥 사상터미널에서 남해터미널로 고속버스를 타고 갔다. 남해터미널 근처에 쏘카존이 있어서 쏘카로 차를 대여하려다가 그것보다 그냥 지역 렌트카 업체가 더 저렴해서 거기를 예약했다. 나는 그래도 가격이나 규정이 좀 더 투명한 쏘카를 선호했는데, 친구가 알아서 잘 해줬다. 점심을 어디서 먹을까 고민하다 나름 카페 감성으로 꾸며진 절믄나매라는 곳에서 먹었다. 흑마늘 고추장파스타, 전복내장파스타, 고사리 감바스 등 대부분의 메뉴의 재료가 이색적으로 조합돼있었다. 가격은 좀 비쌌고, 양도 좀 적은 느낌이었지만 맛있었다.
섬이정원
첫 여행지는 섬이정원이었다. 개인사유 정원을 이런저런 테마로 꾸며둔 곳이었는데, 도착해서 정원지도를 보니 예상보다 훨씬 커서 당황스러웠다. 긴 장마가 끝나고 지옥같은 폭염이 우릴 괴롭히던 시기여서 그늘이 거의없는 정원속을 돌아다니는 건 너무 힘들었다. 길에 세워진 팻말을 보며 여러 테마를 옮겨다니며 사진을 찍다보니 금방 다봤다. 여름에는 별로 안어울린다. 피어있는 꽃도 많지않아서 제대로 못본 기분이었다. 봄이나 가을 정도가 적당할 것 같은데 가을에는 모기때문에 고생 좀 할 것 같다. 그리고 사진을 한참 찍었는데, 우리가 섬이정원을 가게 만든 우물을 배경으로는 안찍었다.. 더워서 빨리 벗어나고 싶다는 생각만 했나보다.
코나하우스
카페다. 인스타 감성 카페였다. 넒은 야외마당이 있는 카페인데, 남해 여행지하면 빠지지 않는 장소다. 마당 바로 앞에 바다가 있어서 카페 내부와 외부 모두 오션뷰를 만끽할 수 있다. 더운 날씨 탓에 야외에는 아무도 없었다. 우리처럼 사진찍으려고 잠시 나온 커플을 빼곤 다들 시원한 내부에 있었는데, 내부도 통유리로 깔끔하게 되어있어서 좋다. 휴가철 주말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카페에는 여석이 꽤 있었다.
내 감성은 마당에서 먹는걸 원했는데, 친구들은 제발 안에서 마시자고 했다. 내가 고집을 부려서 잠깐 나무 그늘 아래쪽에 있다가 나도 막상 앉아보니 도저히 못견딜 정도였어서 다시 들어갔다..ㅎ 부산에는 조금 외곽지역이 아니면 인테리어가 예쁜 카페는 많아도 마당이 있는 카페, 거기다 바다가 보이는 카페는 거의 없어서 나름 새로웠다.
더왕글램핑
중간에 다랭이마을은 건너뛰고, 섬이정원과 코나하우스만 갔다가 간단히 장을 보고 숙소에 체크인했다. 2박 3일 여행이라 시간 여유가 많아서 좋았다. 숙소에 도착하니 오후 5시쯤 되었다. 일부러 첫날은 바베큐 감성을 느끼려고 글램핑장을 예약했다. 사진으로 봤던 것보다 조금 작아보이긴 했지만 나름 만족했다. 숙소 바로 옆이 바다였다. 들어갈 수 있는 바다는 아니었지만, 주변에 아무것도 없이 조용하게 바다만 볼 수 있어서 행복했다.
물놀이를 위해서 일부러 수영장이 있는 글램핑장을 예약했다. 수영장도 넓진 않았는데 그냥 물놀이를 할 수 있다는게 너무 좋았다. 국토종주 내내 이 순간만 기다렸다. 마치 유격하면서 훈련 후 마실 막걸리를 기다리는 기분이었다. 살이 빨갛게 익을 정도로 뜨거웠던 태양을 맞으며 시원한 수영장에 빠지는 순간만 간절히 기다렸고, 마침내 그날이 왔다.
일반 수영장과 유아용 수영장이 있는데, 우리가 체크인한게 5시 정도라 체크인한 사람이 거의 없었다. 그래서 물놀이 하는 사람도 한 팀밖에 없었는데 그 가족들이 일반 수영장을 사용하고 있어서 민폐가 될까봐 우린 유아 수영장에서 놀았다. 진짜 비좁고 작은 수영장이었지만, 에어벌룬 미끄럼틀이 있어서 나이에 안맞게 너무 재밌게 놀았다. 행복했다. 곧 가족팀이 들어가고 옆에 있는 수영장으로 옮겨서 한참을 둥실둥실 떠다니고, 수중 달리기를 하면서 시간을 보냈다. 아무도없는데 24살 남자 셋이서 그렇게 노는게 자괴감은 커녕 너무 즐거운 시간이었다.
한참을 물에서 첨벙거리다 해질 무렵이 다 되어서 바베큐를 시작했다. 수영장과 숙소 근처로 조명이 많아서 밤에도 경치가 너무 좋았다. 수영장 옆 인조잔디에 있는 의자에 앉아 병맥주를 마시며 여름밤을 만끽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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