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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라디보스톡, 러시아 자유 여행 [2] ;

@225.kr 2020. 1. 23. 10:00

 첫 글을 쓴지, 여행을 다녀온지 200일만에 글을 이어서 쓴다. 어떤 특별한 이유가 있었던 것은 아니고, 귀찮기도 하고 바쁘기도 해서 지금까지 미뤄왔다. 여행 다녀오자마자 여름방학동안 끝냈어야 하는데 이걸 다음학기가 끝날 때까지 미루고 있었던게 참 안타깝다. 이제 내 기억에서 기억이 얼마나 남아있는지 장담 못하겠지만, 글은 맺어야지.

 블라디보스톡 시내에 도착한 첫 날, 부슬비를 맞으며 길을 걷다 한국에서도 유명한 DAB 버거를 먹었다. 서양의 크기에 놀란탓인지 우리는 우산을 가지러 가자는 핑계로 다시 굼스테이(숙소)로 돌아왔다. 우산만 챙겨 다시 나갔어야했다. 그러나 우리는 굼벵이 마냥 침대에 누워버렸다. 잠깐 쉰다는 핑계로 낮잠을 아주 푹잤다. 깨어보니 달이 중천이었다. (과장임)

수습할 수 없는 자괴감에 빠졌다. 반년만의 해외여행 첫 날 낮잠으로 하루를 다 날려버린 상실감은 이루 말할 수 없었다. 하지만 우린 금방 극복했다. 우리에겐 아직 4번의 밤이 남았었으니 말이다. 항공권을 헛되게 하지 말자고 다짐하며 우리는 다시 숙소를 나섰다. 흐린 날씨가 어두워지기까지 하니 가관이었다.

아스팔트가 젖어서 땅에 라이트가 반사되는 이 감성 싫다

 결국 첫 날 블라디의 밝은 풍경은 제대로 보지 못했다. 야경이나 느껴야지라는 생각으로 이곳저곳을 다녔다. 우리나라 차도 종종보였고, 저녁이라 그런지 사람이 많진 않았다. 딱히 볼 것도 없었다. 집에 가기로 했다. 나온지 몇시간도 안됐지만 집에 가기로 했다. 오늘은 여행 첫날을 기념하자며 숙소에서 현지 음식을 해먹기로 일종의 합리화를 하고, 마트로 갔다. 어두워서 유명한 마트가 어딨는지 도저히 못찾겠어서 작은 마트를 갔다. 우리나라로 치면 동네슈퍼같은 느낌.

현지음식을 먹겠다곤 했지만 한국요리도 제대로 못하는 우리가 뭘 할 수 있을리는 없었고, 맛있는 현지 술에 현지 냉동을 먹기로 했다. 우리나라 만두같은 냉동식품, 그리고 몇가지를 골랐는데 술을 고르는게 어려웠다. 뭐가 뭔지 몰라서 네이버 추천 순위를 보고 고르려고 했는데 찾기가 어려웠다. 그래서 주인 아주머니한테 여쭤봤더니 영어는 전혀 못하고 러시아어만 하시더라. 번역기를 켰더니 더 신나서 혼자 30초동안 말씀하셨다. 너무 말씀이 빠르셔서 번역이 제대로 안됐다 ^^.. 그렇게 30분을 노력하다 결국 아주머니가 추천해준 술을 계산했다. 말은 한마디도 통하지 않았지만 호쾌하고 친절한 아주머니셨다. 또 오라며 우리를 배웅해주셨다.

 언어의 장벽을 뚫고 나오니 밖은 해가 저물었다. 뜻하지 않게 야경을 보며 숙소로 가서 러시아식 냉동만두를 먹었다. 한참 끓였는데 잘 안익더라. 한두개 맛있었다. 근데 이게 보기보다 양이 진짜 너무 많아서 둘이서 먹기 힘들었다. 옆방에 주자, 음식물 쓰레기로 버리자 등 여러가지 방법을 고민해봤지만 결국 가위바위보에 질 때마다 하나씩 먹기로하고 다먹었다. 진짜 너무 힘들었다. 이거 영상 찍었는데 지워졌다..

 

2일차 ; 고난의 시작

 블라디보스톡 여행은 지금까지 다녀온 해외여행 중 가장 힘들었다. 해외 경험이 적긴하지만.. 아무튼 힘들었다. 신체적으로 말고 정신적으로... 여러가지 고난이 있었고, 차차 그 것들을 소개할 예정이다. 하지만 역시 가장 힘들었던건 이틀째였다. 

첫 날은 생각보다 맑았다. 드디어 진짜 블라디의 하늘을 볼 수 있는건가 기대했다. 그 전날 하루종일 흐려서 예쁜 사진을 못찍었는데 오늘이라면 찍을 수 있을 것 같았다. 실제로 대부분의 사진을 이 날 찍었다. 잠깐 구경해보자.

이렇게 맑은 블라디 거리는 이 날이 마지막.
러시아 감성을 느끼게 해주신 연주자분

 자느라, 그리고 흐려서 못봤던 블라디보스톡의 거리를 이제야 제대로 둘러봤다. 날씨가 좋으니 사람도 많은 것 같았지만 너무 많다할 정도는 아니었고, 적당했다. 다만 현지인보다 한국인, 중국인이 더 많았다.

 블라디보스톡 여행글에 빠지지않고 올라오는 해양공원 사진이다. 대관람차 위에서 찍은 사진인데, 그래서 작은게 아니라 놀이공원이 진짜 작다. 학교 운동장 보다 작지 않을까 하는 생각. 실제로 탈만한 건 대관람차 밖에 없었던 것 같다. 다른건 너무 유아용이다. 근데 놀이기구가 다들 무섭게 생겼다. 직원들이 몇명 있긴하지만 다들 물흐르듯 여유롭게 사시는 듯 했다.

 관람차에서 내려다본 바다. 이 것이 서양의 바다구나. 사진에는 없지만 바다 한가운데 모래사장처럼 작은 땅이 있었다. 사진충인 나는 거기서 사진을 찍으면 잘나오겠다고 생각해서 내리자마자 달려갔는데 들어가려고 하니까 건물에 있는 경비원 아저씨가 매섭게 노려봤다. 알고보니 거긴 요트 소유주들이 요트를 정박시키는 일종의 주차장이었다 ㅎ

미국 청소년드라마 같다. 그 와중에 빨간색 블라디포차 글자는 좀..

 자 여기까지는 이 녀석 아주 행복한 여행을 한 것 같지만.. 이제 시작이다.
이 이후에 이곳저곳 돌아다니며 아이스크림도 먹고, 대형마트도 갔었는데 코코몽을 잃어버렸다.

 이 코코몽으로 말하자면 여행 사진에 포인트를 주기 위해서 동생껄 빌렸었다. 나는 코코몽, 조 모씨는 그 무슨 계란토끼 코코몽 친구 인형을 줬는데 한창 사진찍으면서 저 주머니에 저렇게 걸고다니다가 어디서 떨어트렸다. 문제는 내가 떨어트린줄도 모르고 장보기에 심취해서 찾을 수가 없었다는 것.. 결국 코코몽을 먼 타국의 땅에 남겨두고 왔다.

나를 쥐잡듯이 뭐라하는 동생의 모습이 벌써 그려지는 듯 했다.

찢어질 듯 가슴이 아팠지만, 참을 수 있었다. 하지만 여행의 최대 고난은 따로 있었다.
코코몽 분실과는 비교도 되지 않을.. 충격과 공포, 그리고 배신의 연속은 다음편에서~